현대 기독교 신앙인들이 겪는 가장 큰 내면적 갈등 중 하나는 ‘사람 의존성’입니다. 하나님을 주인으로 고백하면서도, 실제 신앙 생활과 결단의 순간에서 사람을 더 의지하는 현상은 매우 흔하게 나타납니다. 예배는 드리지만 목회자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고, 기도는 하지만 조언자나 멘토의 생각을 먼저 따르는 모습은 한국 교회 안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단지 인간관계의 문제를 넘어서,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 형성에 장애가 되는 ‘영적 중독’의 한 형태일 수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신앙 안에서 드러나는 사람 의존성의 정체를 깊이 있게 탐구하고, 이를 벗어나 하나님께 온전히 바로 서기 위한 실제적인 방법들을 제시합니다.
1. 사람 의존성의 정의와 특성
사람 의존성이란 단순히 누군가에게 감정적으로 기대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의 정체성과 판단, 심지어 신앙적 결정까지 타인의 의견에 좌우되도록 허용하는 심리적·영적 구조를 말합니다. 특히 기독교 신앙 내에서는 목회자, 셀 리더, 신앙 멘토 등 권위 있는 인물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향이 쉽게 형성됩니다. 이는 처음에는 신앙적 지도를 받는 건강한 멘토링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의사결정의 주체를 상실하고, 자신만의 믿음을 형성하는 기회를 빼앗기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러한 의존성의 핵심은 ‘두려움’입니다. 하나님과의 직접적인 교제를 통해 뜻을 묻고 기다리는 인내보다는, 이미 검증된 사람의 조언을 따르는 것이 훨씬 안전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실패에 대한 책임을 피하고자 누군가의 말에 의지하는 것은 인간 본성의 반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신앙이란 본질적으로 하나님과 1:1로 만나고 응답 받는 여정입니다. 사람 의존성이 강할수록 하나님과의 관계는 표면적이 되고, 결국 영적 자립은 요원한 일이 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의존성이 본인도 모르게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예배, 모임, 상담을 통해 끊임없이 사람을 찾게 되며, 기도보다 카톡 상담을 먼저 열고, 묵상보다 SNS에서 위로의 글귀를 찾게 됩니다. 그리고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화되어, ‘내가 무엇을 믿는지’가 아니라 ‘누가 말해주는 신앙을 믿고 있는지’로 바뀌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2. 왜 우리는 하나님보다 사람에게 의존할까?
이 질문은 단지 신앙의 약함 때문이 아니라, 인간 본성의 깊은 욕구를 드러냅니다. 사람은 보이는 것에 안정감을 느끼며, 불확실성과 침묵 속에서 오는 불안을 견디기 힘들어합니다. 하나님은 때로는 침묵하시며 기다리게 하시지만, 사람은 즉각적인 반응과 조언을 줍니다. 그래서 우리는 ‘보이는 안전’에 더 끌리게 됩니다. 또한, 현대 기독교 문화도 이러한 의존성을 강화시키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강력한 리더십 구조, 대형 교회 중심의 신앙 모델, 명확한 답을 제시하는 설교 방식은 신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성경을 해석하거나 기도 응답을 기다리는 훈련 없이 수동적인 신앙을 갖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결국 하나님과의 직접적 관계보다 ‘믿음 좋은 누군가’를 통해 하나님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려는 신앙이 정착되고 맙니다. 이러한 문화적 흐름은 특히 신앙 초기나 위기 상황일 때 더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삶의 문제, 관계의 어려움, 감정의 기복 속에서 사람은 당장 손 내밀어 줄 이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신앙의 궁극적 회복은 사람을 통하는 위로로 끝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 묻고, 기다리고, 때로는 침묵 속에서도 신실함을 유지하는 그 과정 속에서 진정한 믿음이 자라납니다. 더 나아가, 사람 의존성이 심화되면 그것은 신앙적 우상 숭배로까지 발전할 수 있습니다. 특정 리더나 공동체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은 결국 하나님보다 사람을 더 높이는 결과를 낳습니다. 성경에서도 바울은 고린도 교회가 “나는 바울에게, 나는 아볼로에게 속했다”고 말하며 분열되던 것을 꾸짖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께 속한 존재이지, 사람의 말이나 영향력에 속한 존재가 아닙니다.
3. 하나님께 바로 서는 신앙의 회복
사람 의존성을 벗어나 하나님께 바로 서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자기 인식입니다. ‘나는 얼마나 자주 사람에게 먼저 물어보는가’, ‘결정을 내릴 때 하나님의 말씀보다 사람의 조언을 우선하는가’, ‘목회자나 멘토의 판단이 하나님보다 더 신뢰되는가’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신앙 구조 안에 숨겨진 의존성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영적 자립을 위한 훈련입니다. 매일 성경 말씀을 스스로 읽고 묵상하며, 하나님께 직접 기도하며 응답을 구하는 시간을 습관화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막막하고 익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복된 훈련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과의 1:1 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삶 속에서 ‘하나님이 이렇게 인도하셨다’는 경험을 누적함으로써, 사람의 조언 없이도 신뢰하고 순종할 수 있는 믿음이 형성됩니다. 세 번째는, 관계의 재구성입니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단절되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나를 하나님께 인도하는 멘토는 귀하지만, 나를 대신해서 신앙을 결정하거나 판단하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건강한 공동체는 자립을 돕습니다. 반대로, 맹목적인 순종을 요구하거나 개인의 자율성을 억압하는 공동체는 의존성을 조장하는 영적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혼자 서는 과정에서 때로는 실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실수조차도 하나님은 성장의 도구로 사용하십니다. 사람의 말을 듣지 않아도, 하나님의 뜻을 잘 몰라 방황해도, 중요한 것은 그 여정을 하나님과 함께 가려는 마음입니다. 결국, 진짜 신앙은 바로 그 자리에서 시작됩니다.
신앙 안에서 사람을 통해 도움받는 것은 분명 축복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중심을 대신하거나, 하나님의 자리를 대체하게 된다면, 우리는 이미 영적 위험 신호를 지나친 셈입니다. 이제는 사람 의존성을 내려놓고, 하나님께 직접 서는 연습을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그분은 멀리 계신 분이 아닙니다. 바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마음 속에서도, 조용히 말씀하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