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서 사랑은 가장 중심적이며, 동시에 가장 도전적인 주제입니다. 요한복음 15장과 고린도전서 13장은 각각 예수님의 사랑과 사도 바울의 사랑에 대한 설명으로, 신앙인의 삶 속에 사랑이 어떻게 실천되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요한복음 15장은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나눈 마지막 설교 중 하나로, 사랑을 계명으로 주시며 그것이 하나님과의 연합을 유지하는 길임을 강조합니다. 반면 고린도전서 13장은 바울이 고린도 교회에 보낸 편지 중 ‘사랑 장’이라 불릴 만큼, 사랑의 본질과 특성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본문입니다. 본 글에서는 이 두 본문을 ‘사랑’, ‘계명’, ‘적용’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비교 분석하며, 오늘날 우리가 실천해야 할 사랑의 방향을 모색해봅니다.
1. 사랑은 예수님의 사랑과 바울의 사랑
요한복음 15장에서 예수님은 “내 계명은 곧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 15:12)고 말씀하십니다. 이 사랑은 조건 없는 사랑, 희생적인 사랑이며, 예수님의 삶 전체를 통해 드러난 행동 중심의 사랑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기 직전 이 말씀을 하셨다는 점은, 단순한 가르침을 넘어서 직접적으로 본보기를 보여주시겠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예수님의 사랑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목숨을 내어주는 헌신으로 실현됩니다(요 15:13). 반면, 고린도전서 13장에서 바울은 사랑의 특성을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합니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라는 구절은 사랑이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인격적이며 관계적인 성품임을 보여줍니다. 바울은 이 사랑이 다른 모든 영적 은사들보다 우선한다고 강조합니다(고전 13:1~3). 이 두 본문을 비교하면, 예수님은 사랑의 본질을 직접 보여주신 ‘행동의 사랑’을 말씀하시고, 바울은 그 사랑이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성품과 태도'로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은 관계의 시작을 이끄는 선한 행동이고, 바울의 사랑은 그 관계를 지속하고 성숙시키는 자세입니다. 결국, 두 본문은 사랑이란 하나님의 본성을 반영한 삶의 태도이자, 신앙인의 일상 속에서 반드시 실천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점에서 하나의 메시지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단순한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신앙인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기준입니다.
2. 계명은 명령으로 주어진 사랑과 삶의 원리로 내면화된 사랑
요한복음 15장에서 예수님은 사랑을 단순한 감정이나 교훈이 아닌 ‘계명’으로 주십니다. 이는 사랑이 선택적 행동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할 명령이라는 의미입니다. “내가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의 사랑 안에 거하는 것 같이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거하리라”(요 15:10)고 하신 말씀은 사랑이 하나님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핵심임을 보여줍니다. 예수님은 사랑을 통해 제자들과의 연합을 유지하고, 열매 맺는 삶으로 인도하십니다. 여기서 ‘계명’은 권위적 지시가 아니라 생명으로 이끄는 인도입니다. 예수님의 사랑은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자유로 이끄는 방향성을 제공합니다. 사랑의 계명을 지킨다는 것은 억지로 누군가를 사랑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그 사랑 안에 거할 때 삶이 풍성해진다는 약속입니다. 반면 고린도전서 13장에서는 사랑이 ‘계명’이라기보다는 신앙인의 자연스러운 열매로서 묘사됩니다. 사랑은 성령의 은사와 능력을 넘어서며, 모든 행위의 동기가 되어야 합니다.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고전 13:1)라는 표현은, 사랑이 없는 모든 행동이 무가치함을 말합니다. 이처럼 바울은 사랑을 외적인 명령이 아니라 내면화된 신앙의 본질로 이해합니다. 사랑은 억지로 지켜야 하는 의무가 아니라, 예수님과의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삶의 원리’인 것입니다. 두 본문은 사랑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르지만 결국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갑니다. 요한복음은 사랑을 지켜야 할 계명으로 강조하고, 고린도전서는 그 계명이 실천될 때 나타나는 삶의 성숙을 보여줍니다. 사랑은 신앙의 시작이자 끝이며, 모든 계명의 완성입니다.
3. 적용은 공동체 속에서의 사랑 실천
사랑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요? 요한복음 15장은 공동체 속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지침을 줍니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요 13:35)는 예수님의 말씀은 공동체적 사랑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제자 공동체가 사랑으로 묶일 때 세상은 그들을 통해 예수님의 존재를 인식하게 됩니다. 요한복음 15장에서 예수님은 사랑을 통해 제자들에게 ‘친구’라는 새로운 관계를 제시합니다. 이는 일방적 주종 관계를 넘어서, 서로 신뢰하고 이해하며 섬기는 동역자적 관계를 말합니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는 경쟁이 아닌 희생과 배려가 중심이 됩니다. 고린도전서 13장에서도 바울은 사랑이 공동체를 세우는 가장 강력한 원리임을 강조합니다. 고린도 교회는 다양한 은사와 능력을 자랑하던 공동체였지만, 분열과 경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바울은 그런 상황 속에서 사랑이 없다면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고 강력히 경고합니다. 그는 "사랑은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라고 하며, 사랑이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사랑은 단지 나와 하나님 사이의 관계를 넘어서, 타인을 향한 태도로 드러나야 합니다. 교회 안에서 누군가를 용납하고, 어려운 사람을 돌보고, 상처받은 이를 위로하는 것, 모두가 사랑의 실천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희생을 동반하며, 언제나 타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예수님이 우리를 먼저 사랑하셨기 때문에, 우리도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이는 단지 감정적 접근이 아니라, 삶 전체에서 반복적으로 실천해야 할 의지의 결정입니다. 사랑은 말이 아니라, 삶으로 증명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도 교회와 사회 속에서 반드시 필요합니다.
요한복음 15장과 고린도전서 13장은 각각 예수님과 바울을 통해 사랑의 깊이를 보여줍니다. 예수님은 사랑을 계명으로 주시며, 그것이 제자의 정체성임을 강조하셨고, 바울은 사랑을 실천적 삶의 중심으로 설명하며, 모든 은사 위에 있는 최상의 길이라 선포했습니다. 이 두 본문은 우리에게 신앙의 본질은 ‘사랑’이라는 한 가지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신앙의 시작점이자 열매이며, 관계의 시작이자 완성입니다. 오늘 우리의 신앙이 열매 맺기 원한다면, 먼저 사랑 안에 거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계명을 지키는 삶, 바울이 설명한 성숙한 사랑의 성품, 이 모두가 우리 안에 실현될 때 세상은 우리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