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는 작은 지체이지만 그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큽니다. 성경은 혀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경고하며, 그것이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는 통로이자, 영적 상태의 지표라고 설명합니다. 특히 십자가의 도를 따르는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혀를 다스리는 것은 단순한 언어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죄성을 제어하고 복음의 능력을 삶으로 드러내는 중요한 영적 실천입니다. 본 글에서는 십자가의 도와 혀의 관계를 깊이 있게 탐구하고, 신앙생활에서 혀를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원리와 적용 방법을 살펴봅니다.
1. 십자가와 혀는 내면을 드러내는 통로
야고보서 3장 6절은 “혀는 곧 불이요, 불의의 세계라”고 단언하며, 혀가 얼마나 위험한 도구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혀는 마음에 있는 생각과 감정을 밖으로 표현하는 창구이자, 사람의 중심이 어떤지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거울입니다. 아무리 경건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혀를 제어하지 못한다면, 그의 신앙은 헛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혀를 다스리는 일은 단순한 도덕적 문제를 넘어서, 그 사람의 영혼의 상태와 직결된 중대한 영적 문제입니다.
십자가의 도는 자기부인의 길입니다. 자기 자신을 죽이고,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다시 사는 삶이 바로 십자가의 삶입니다. 이러한 삶은 행동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말에서도 나타납니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헐뜯는 말, 불평과 원망의 말, 거짓과 아첨의 말은 모두 자아 중심적인 마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반면에 격려하고 세우며, 진리를 말하되 사랑으로 말하는 태도는 자신을 부인하고, 성령 안에서 통제된 혀에서 나오는 열매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고난 앞에서도 침묵하셨습니다. 침묵은 때로는 가장 강력한 복음이 될 수 있으며, 혀를 다스리는 사람만이 선택할 수 있는 거룩한 도구입니다. 십자가는 결국 말의 십자가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입술에서 나오는 말들이 내가 지고 있는 십자가의 무게를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혀를 통제한다는 것은 곧 내 안의 자아를 십자가에 못박는 과정과도 같으며, 이 훈련 없이는 참된 제자도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2. 혀를 다스리는 훈련과 영적 실천
혀를 다스리는 것은 일회성 결단이 아니라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훈련을 요구합니다.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의 말을 인식하고 돌아보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백 마디의 말을 내뱉으며 살지만, 그 중 얼마나 많은 말이 하나님 앞에 정결했는지 스스로 점검해보아야 합니다. 하루가 끝난 후 자신의 언어를 돌아보며 회개하고, 변화되기를 기도하는 습관은 혀를 통제하는 첫걸음이 됩니다.
두 번째 단계는 '침묵의 지혜'를 배우는 것입니다. 말하지 않는 것이 곧 약함이 아닙니다. 때로는 침묵이 최고의 응답이며, 말보다 더 깊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잠언 17장 28절은 “말이 적은 자는 지혜가 있는 줄로 여기고, 입술을 닫는 자는 슬기로운 자로 여긴다”고 말합니다. 분노의 순간, 억울한 상황, 오해받는 자리에서의 침묵은 우리에게 십자가를 묵상하게 하며, 영적인 절제력을 훈련시켜 줍니다.
세 번째는 ‘말씀 암송과 선포’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혀를 제어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시편 기자는 “내 입술의 말과 마음의 묵상이 주께 열납되기를 원하나이다”라고 고백했습니다. 말씀을 자주 암송하고, 그 말씀으로 기도하며, 선포하는 훈련은 혀의 정결함을 지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또한 공동체 안에서 긍정적인 말을 선포하고, 다른 이들을 세워주는 말을 의도적으로 실천하면, 점점 혀는 성령의 통제를 받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영적 실천으로서 혀를 다스리는 삶은 결국, 나를 위해 살던 삶에서 하나님을 위해 사는 삶으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이는 매우 구체적인 삶의 방식이며, 우리가 날마다 십자가를 지고 따르기로 결단한 제자라면 반드시 실천해야 할 길입니다.
3. 공동체 안에서 말의 역할과 책임
신앙 공동체에서 혀의 역할은 단순한 개인적 경건의 차원을 넘어서, 공동체 전체의 건강과 직결됩니다. 한 사람의 혀가 만들어낸 말이 공동체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잘못된 말은 교회의 질서를 해치고 분열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반면, 지혜롭고 성령에 붙들린 말은 공동체를 세우고,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게 하는 도구가 됩니다. 특히 리더나 교사의 입장에서 나오는 말은 더욱 강한 영향력을 가지므로, 그 책임 또한 무겁습니다.
야고보는 “많은 사람이 선생 되기를 원하지 말라”고 말하며, 혀를 사용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더욱 조심해야 함을 경고합니다. 설교자, 교사, 상담자, 중보기도자 모두 자신의 말을 점검하고, 그것이 하나님의 뜻에 부합하는지를 늘 살펴야 합니다. 말은 영적인 전염성을 가지고 있어, 부정적인 말은 순식간에 번지고, 긍정적인 말은 서서히 퍼지지만 지속적인 영향을 남깁니다. 따라서 우리는 매일의 대화 속에서 십자가의 도를 기준 삼아 말을 걸러내고, 복음에 합당한 언어만을 사용하도록 힘써야 합니다.
또한 말은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세우는 건축 재료와도 같습니다. 에베소서 4장 29절은 “무릇 더러운 말은 너희 입 밖에도 내지 말고, 오직 덕을 세우는 데 소용되는 대로 선한 말을 하여 듣는 자에게 은혜를 끼치게 하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용기를 불어넣는 말로 하나님의 사람들을 세워야 합니다. 이러한 혀의 사용은 단순한 매너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는 영적 섬김입니다.
예수님은 말씀 그 자체이셨으며, 그분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생명이었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라면, 우리의 말도 생명의 말이 되어야 합니다. 결국 혀를 다스린다는 것은 곧 예수님의 성품을 닮아가는 과정이며, 십자가를 실제로 지고 따르는 삶의 구체적인 표현입니다. 오늘 당신의 말은 무엇을 세우고 있습니까? 혹은 무엇을 무너뜨리고 있습니까? 혀를 제어함으로, 진정한 그리스도의 향기를 드러내는 당신이 되기를 바랍니다.
혀는 작지만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영적 도구입니다. 십자가의 도를 따르는 사람이라면 혀를 다스림으로 말에서부터 거룩을 실천해야 합니다. 우리의 말이 생명을 살리고 복음을 전하는 통로가 되도록, 오늘도 십자가 앞에서 혀를 내려놓는 훈련을 이어가야 합니다. 혀를 다스리는 삶은 곧 예수님의 삶을 본받는 여정이며, 매 순간 하나님의 영광을 말로써 드러내는 삶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