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도 (한국 교회와 십자가의 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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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도 (한국 교회와 십자가의 도 )

by 누마다 2025. 5. 3.

한국교회는 세계 교회사에서 유례없이 빠른 성장을 이룬 공동체로 평가받습니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이라는 암울한 시대 속에서도 복음은 끊임없이 퍼졌고, 한국은 기독교 선교의 본거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교회의 양적 성장이 그 본질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십자가의 도, 곧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과 자기부인의 영성이 삶으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말, 즉 혀를 통해 드러나는 언어의 문제는 한국교회의 본질적 고민이자 회복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한국교회가 십자가의 도를 중심에 두고 있는지, 그리고 혀를 통해 그것이 어떻게 실현되거나 훼손되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봅니다.

1. 십자가의 도, 한국교회의 중심인가

십자가의 도는 그리스도인의 신앙의 핵심입니다. 고린도전서 1장 18절은 “십자가의 도가 멸망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구원을 받는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단순한 상징이나 교리적 선언을 넘어, 실질적인 삶의 기준이 되어야 함을 뜻합니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현재를 돌아보면, 십자가는 때로 설교의 주제가 되지만 삶의 방식으로는 밀려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많은 교회가 십자가의 도보다 ‘축복’, ‘번영’, ‘성공’을 신앙의 지표로 삼고 있는 현실입니다. 헌신과 희생보다 기도응답과 형통이 강조되고, 예수님의 고난보다 우리의 문제 해결이 더 큰 관심사가 되어버린 시대입니다. 교회 성장이라는 목표 아래 십자가의 고난은 때로 부담스럽고 비효율적인 이미지로 치부됩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신자들은 고난을 신앙의 필수 요소가 아닌, 피해야 할 것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하지만 십자가의 도는 바로 고난과 자기부인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에 동참하게 하는 통로입니다.

십자가는 나를 죽이는 도구입니다. 내 자존심, 명예, 탐욕, 분노, 정욕을 그 위에 못박는 것이 바로 신앙입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누가복음 9:23). 이것은 매일의 말, 행동, 사고방식에서 그분을 닮아가는 삶입니다. 한국교회가 진정으로 십자가의 도를 중심에 두고 있다면, 교회 문화와 메시지, 구조 속에서 이 같은 희생과 겸손, 그리고 낮아짐이 분명히 드러나야 할 것입니다.

2. 혀를 통해 드러나는 신앙의 민낯

야고보서 3장은 혀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합니다. “혀는 곧 불이요, 불의의 세계라. 혀는 우리 지체 중에서 온 몸을 더럽히고 생의 바퀴를 불사르나니”라는 말씀은 혀가 얼마나 파괴적인 도구가 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혀는 복음을 선포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공동체를 해치고 분열시키는 흉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교회 안에서도 혀로 인한 상처는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비난과 판단, 험담, 정죄, 교만한 언사, 지도자에 대한 무분별한 공격은 교회를 갉아먹는 보이지 않는 병입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가 활성화되면서 ‘말’의 무게는 더 커졌고, 감정적인 발언 하나가 교회를 분열시키고 성도들의 신앙을 무너뜨리는 사례도 빈번해졌습니다.

혀의 문제는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이나 예절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영적 상태를 드러내는 창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마음에 가득한 것을 입이 말하나니”(마태복음 12:34). 다시 말해, 혀는 마음의 거울입니다. 혀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은 곧 마음의 통제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며, 그것은 십자가의 도를 삶에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십자가의 도는 혀에도 적용되어야 합니다. 내 말이 상대를 살리고, 공동체를 세우며, 복음을 담고 있는가를 늘 점검해야 합니다. 혀를 통해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날 수도 있고, 반대로 하나님의 이름이 욕을 먹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이제 혀를 다스리는 훈련을 공동체의 중요한 영적 과제로 삼아야 합니다.

3. 회복의 열쇠는 말의 거룩함에서 시작되다

한국교회가 십자가의 도를 삶 속에서 구현하고자 한다면, 그 첫 걸음은 말의 회복입니다. 다시 말해, ‘혀의 거룩함’을 회복하는 것이 한국교회의 회복을 위한 핵심 열쇠입니다. 이를 위해 세 가지 실천이 필요합니다.

첫째, 말씀 중심의 언어생활 훈련입니다. 이는 단지 성경 구절을 많이 외우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말씀이 담기도록, 즉 진리와 은혜, 긍휼과 용서, 겸손과 사랑이 녹아들게 하는 것입니다. 비판보다는 중보, 정죄보다는 격려, 무관심보다는 관심을 말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둘째, 침묵의 영성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설교가 넘쳐나는 사회입니다. 그러나 말이 많다고 영성이 깊은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말을 아끼는 것이 더 강한 믿음의 표현입니다. 침묵은 생각과 기도의 시간이며, 하나님께 귀를 기울이는 공간입니다. 다툼이 있을 때 침묵하는 훈련, 감정이 격할 때 입을 다무는 훈련, 이는 곧 자아를 십자가에 못박는 훈련입니다.

셋째, 기도하는 혀를 세우는 것입니다. 기도는 혀의 방향을 하나님께로 향하게 합니다. 기도하지 않는 혀는 사람을 향하고, 기도하는 혀는 하나님을 향합니다. 기도를 통해 혀는 정결하게 되고, 하나님의 마음을 담는 통로가 됩니다. 한국교회는 기도의 입술이 회복될 때 비로소 말의 거룩함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공동체 안에서의 말은 벽돌과 같습니다. 하나씩 쌓이면 교회를 세우는 집이 되고, 아무렇게나 던지면 무너뜨리는 도구가 됩니다. 지금 이 시대는 말이 많고, 진리는 적으며, 소리는 크고, 실천은 미약한 시대입니다. 혀의 거룩함을 회복하는 것은 이 시대에 한국교회가 진정한 빛과 소금의 사명을 회복하는 첫걸음입니다.

한국교회가 십자가의 도를 회복한다는 것은 결국 삶과 말에서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신앙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혀는 그 시작점입니다. 우리가 말로 서로를 세우고, 십자가의 겸손과 사랑을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교회는 본질을 회복하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의 혀는 누구를 향하고 있습니까? 주님을 닮은 말로 회복을 시작해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