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원문으로 본 요한복음 1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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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원문으로 본 요한복음 17장

by 누마다 2025. 4. 20.

요한복음 17장은 신약성경 중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는 장입니다. 이 장은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기 전, 제자들과 인류 전체를 위해 드린 기도로, 흔히 ‘대제사장적 기도’라고 불립니다. 일반적인 기도문과는 다르게, 예수님의 신성과 인성이 모두 녹아 있는 깊은 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삼위일체, 중보기도, 성도의 연합, 진리의 거룩함 등의 중요한 주제를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본문을 한글 번역본으로 읽어도 은혜롭지만, 헬라어 원문으로 살펴보면 예수님의 표현 의도와 단어 선택에서 더욱 풍부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요한복음 17장을 구성하는 핵심 단어들을 중심으로 원어 분석을 시도하여, 이 기도문이 오늘날 신앙 생활에 어떤 통찰을 주는지를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1. 영광의 반복과 강조 – ‘도사(Doxa)’의 깊은 의미

요한복음 17장의 도입부는 “아버지여, 때가 이르렀사오니 아들을 영화롭게 하사 아들로 아버지를 영화롭게 하게 하옵소서”(17:1)라는 구절로 시작됩니다. 이 구절에서 ‘영화롭게 하다’는 헬라어로 ‘δοξάζω (독사조)’이며, 그 명사형은 ‘δόξα (도사)’, 즉 ‘영광’입니다. 도사는 단순한 찬양이나 존경의 표현이 아니라, 하나님의 본질이 드러나는 현현(theophany)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은 지금 자신의 십자가 죽음을 앞두고 이 기도를 드리고 계시며, 이 고난과 죽음이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나는 방식임을 강조합니다. 원문에서 사용된 ‘독사조’는 현재 능동태 명령형으로, 지속적인 행위와 긴박한 요청의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아버지와의 관계 속에서 계속적으로 영광을 주고받는 역동적인 신적 교제를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특히 ‘영화롭게 하다’는 동사의 사용은 예수님의 사역의 시작(요 2:11)과 끝(요 17장)을 관통하며, 요한복음 전체 구조에서 ‘영광’이라는 주제를 연결시키는 중요한 장치입니다. 또한, 17장 5절에서는 “창세 전에 아버지와 함께 가졌던 그 영광으로 지금도 나를 영화롭게 하옵소서”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이 구절은 예수님의 선재성과 삼위일체적 영광을 명백하게 드러내는 부분으로, 헬라어 원문은 이를 매우 강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ἐγώ παρὰ σοί πρὸ τοῦ τὸν κόσμον εἶναι’(세상이 있기 전 당신과 함께 있던 나)의 구문은 예수님의 신적 정체성과 함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존재임을 보여줍니다. 도사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화려함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드러나는 하나님의 신성과 임재를 의미하기에, 이 기도는 그 신비를 깊이 묵상하게 합니다.

2. 하나 됨’의 본질 – 헬라어 ‘헨(Hen)’과 ‘케노시스’

요한복음 17장에서 또 하나 중심 주제는 ‘하나 됨(unity)’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과 미래의 믿는 자들을 위해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 같이 그들도 우리 안에 있게 하여 우리와 하나가 되게 하소서”(17:21)라고 기도하십니다. 여기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는 헬라어로 ‘ἓν (헨)’입니다. 이는 숫자 ‘1’을 의미하지만, 단순한 숫자 개념이 아니라 본질적인 일치와 통합을 뜻합니다. 헬라어 문법상, ἓν은 중성 단수형으로 쓰이며 이는 존재적 통합을 의미합니다. 이는 유대적 개념의 연대와는 다르게, 신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존재의 연합’을 표현합니다. 예수님은 단지 제자들이 의견 일치를 보는 공동체가 되기를 원하신 것이 아니라, 삼위일체의 존재적 일치처럼 본질적인 하나 됨을 이루기를 원하신 것입니다. 이 개념은 빌립보서 2:6-8에 등장하는 ‘케노시스(κένωσις, 자기를 비우심)’와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참된 하나 됨은 서로가 자기를 비우고, 복종하고, 섬기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이며, 예수님의 삶과 기도는 그 모범을 보여줍니다. ‘하나 됨’은 단지 공동체 유지의 기술적 방편이 아니라, 복음의 본질적 표현이며, 복음 안에서만 가능한 존재적 은혜입니다. 예수님은 “그들도 하나가 되게 하옵소서”라는 기도를 반복함으로써, 교회 공동체의 연합이 선택이 아닌 필수적 사명임을 강조하셨습니다. 원문에서는 ἵνα ὦσιν ἓν (히나 오신 헨)이라는 구조로, 목적 접속법이 사용되어 강한 의도를 나타냅니다. 즉, 이 하나 됨은 단지 바람이 아니라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구속사적 명령이라는 점에서 신학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3. 진리의 역할과 신학적 의미 – 알레데이아(Aletheia)

요한복음 17장 17절은 “그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하옵소서. 아버지의 말씀은 진리니이다”라는 예수님의 간구로 매우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진리는 헬라어로 ‘ἀλήθεια (알레데이아)’입니다. 이 단어는 ‘숨겨진 것을 드러냄’이라는 뜻을 가진 동사 ‘λανθάνω (감추다)’의 부정형에서 파생된 것으로, 단순히 사실(Fact)이 아니라 본질적이고 궁극적인 실재(Reality)를 가리킵니다. 예수님은 여기서 진리를 정보나 교리의 수준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말씀(λόγος)을 통한 존재의 변화를 이야기하십니다. 진리는 곧 하나님의 말씀이며, 이는 단지 읽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를 거룩하게 하는 능력입니다. 헬라어 원문에서 사용된 ‘ἁγίασον (하기아손, 거룩하게 하다)’은 아오리스 명령형으로, 단회적이지만 결정적인 사건을 의미합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이 진리를 통해 명확하고 단호하게 구별된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셨다는 뜻입니다. 또한 ‘λόγος (로고스, 말씀)’과 ‘ἀλήθεια (알레데이아, 진리)’는 요한복음 전체에서 긴밀하게 연결되는 개념으로, 요한복음 1장 1절의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부터 17장의 기도까지 하나의 신학적 흐름을 형성합니다. 로고스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인격화된 진리이며, 그리스도 자체를 의미합니다. 결국, 예수님은 진리이신 자신이 제자들 안에 거하고, 그들을 거룩하게 만들며, 세상 속에서도 구별된 삶을 살아가게 하시기를 기도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이 기도는 단지 제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신앙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진리로 거룩하게 된다는 것은 교리적 정통성뿐 아니라, 삶의 방식과 존재 자체가 하나님의 기준에 맞게 변화된다는 뜻입니다. 원어의 깊은 의미를 묵상하면 할수록, 우리는 단순히 성경을 읽는 것을 넘어 진리를 따라 살아가야 할 책임을 느끼게 됩니다.

요한복음 17장은 예수님의 유언과 같은 기도문으로, 그 안에는 인류를 향한 깊은 사랑, 제자들을 향한 간절한 보호의 마음, 하나님과의 깊은 연합이 진하게 녹아 있습니다. 특히 헬라어 원문을 바탕으로 이 장을 분석해 보면, 그 의미는 더 선명하고 깊게 다가옵니다. '영광'이라는 표현은 예수님의 십자가 사역을 통해 하나님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하나 됨'은 삼위일체의 완전한 일치를 본받은 공동체의 이상으로, '진리'는 단지 정보가 아닌 존재를 거룩하게 변화시키는 능력으로 나타납니다. 이 모든 개념은 오늘날 교회와 신앙인이 회복해야 할 본질적인 가치이며, 묵상의 깊이만큼 실천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요한복음 17장을 읽을 때, 그 문장 속에 담긴 원어의 무게까지 함께 느끼며, 삶 속에서 그 기도를 실현하는 존재로 서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