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는 단지 설교자나 교회 운영자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뜻을 대언하고, 성도들의 영혼을 인도하며, 공동체를 세워가는 사역자입니다. 이 막중한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성령님의 도우심, 즉 보혜사의 사역입니다. 이 글에서는 목회자들이 보혜사 성령님과 어떻게 동행해야 하는지, 성령 안에서의 리더십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영성의 깊이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지를 실질적이고 깊이 있게 안내하고자 합니다. 사역의 현장에서 지치고 방향을 잃기 쉬운 오늘날, 성령님과의 인격적인 교제를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목회자에게 주어진 가장 우선적인 과제입니다.
1. 보혜사 성령님과의 동행이 목회자에게 필요한 이유
예수님은 자신의 공생애 사역을 시작하기 전에 성령을 받으셨습니다. 요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신 직후, 성령께서 비둘기처럼 임하셨고, 이는 사역의 시작을 알리는 영적 준비였습니다. 예수님조차 성령님의 인도하심 아래서 사역하셨다면, 하물며 인간인 목회자에게 성령의 동행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성령님은 단순히 신비로운 체험이나 은사의 제공자가 아닙니다. 성령은 목회자의 심령을 정결하게 하시고,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게 하시며, 말씀이 영과 생명으로 선포될 수 있도록 하시는 능력의 근원이십니다. 또한, 때때로 지치고 흔들리는 사역자에게 위로와 새로운 힘을 주시는 분입니다.
보혜사라는 단어는 헬라어 '파라클레토스(παράκλητος)'로, ‘곁에 서서 돕는 자’, ‘조언자’, ‘변호자’를 뜻합니다. 목회자에게 있어서 보혜사는 외로운 사역길을 함께 걸어가시는 동반자이며, 사람들의 기대와 부담 속에서도 본질을 잃지 않도록 붙잡아 주시는 분입니다.
오늘날 많은 목회자들이 영적 소진(Burn-out)을 호소합니다. 이는 단지 과중한 사역 때문만은 아닙니다. 성령님과의 관계가 느슨해지고, 사역이 기계적 의무로 변질될 때 영혼은 메말라갑니다. 그러나 성령님은 다시 불을 붙이시는 분입니다. 기도 가운데, 말씀 가운데, 또 공동체 가운데 보혜사는 부드럽고도 강력하게 목회자의 심령을 새롭게 하십니다. 이를 통해 다시금 사명과 열정을 회복하게 하시며, 하나님의 부르심을 확신하게 하십니다.
2. 성령 안에서의 리더십은 통솔이 아닌 인도
목회자의 리더십은 세상의 리더십과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세상의 리더십이 통솔, 전략, 성과 중심이라면, 성령 안에서의 리더십은 섬김과 인도, 그리고 희생을 중심으로 합니다. 보혜사 성령님은 이러한 영적 리더십을 가능하게 하시는 핵심입니다.
첫째, 성령 안의 리더는 **하나님의 뜻을 먼저 묻는 사람**입니다. 조직의 방향이나 교회 비전을 설정할 때, 단지 회의나 분석이 아니라 기도와 말씀 묵상으로부터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결정합니다. 이는 매우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교회가 바른 길로 나아가게 하는 안전한 기준이 됩니다.
둘째, 성령 충만한 리더는 **사람을 통제하기보다 변화시키는 사람**입니다. 명령과 지시보다는 사랑과 본으로 영향력을 미칩니다. 성령의 열매가 그의 삶에 맺히고, 그로 인해 공동체 구성원들도 자연스럽게 변화됩니다. 이는 단기 성과를 내는 리더십이 아닌, 공동체를 세워가는 장기적 리더십입니다.
셋째, 성령의 리더는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의존하는 리더**입니다. 고린도후서 12장 9절에서 바울은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고 말했습니다. 성령님의 리더십은 자신의 강함이 아니라, 자신의 약함을 성령께 맡김으로부터 나옵니다. 따라서 성령 충만한 리더는 자신의 부족함을 숨기지 않고, 성도들과 함께 성장하는 길을 선택합니다.
오늘날 많은 교회가 리더십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는 성령의 음성을 듣지 못하고 인간적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리더는 먼저 하나님의 인도를 받는 사람이며, 성령님의 리더십을 삶으로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이와 같은 리더십은 반드시 교회를 건강하게 세우는 열매로 나타납니다.
3. 성령과 함께하는 영성 훈련의 실제
영성은 단순히 기도 시간을 오래 가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참된 영성은 **성령님과의 일상적인 교제**를 통해 빚어지는 삶의 태도이자 방향입니다. 목회자는 누구보다도 먼저 영적으로 충만한 사람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꾸준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1. 말씀 묵상과 순종의 실천
성령님은 성경 말씀을 통해 가장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목회자가 설교를 준비할 때 단지 지식 전달이 아니라, 자신의 삶 속에서 말씀을 살아내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말씀을 묵상하며 “이 말씀이 오늘 나에게 주시는 의미는 무엇인가?”, “이 말씀이 내 사역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실제로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2. 침묵과 경청의 기도
성령님은 부드럽고 조용하게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목회자는 바쁜 사역 속에서도 침묵 가운데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기도는 일방적인 요청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대화이며, 성령님께 마음을 여는 과정입니다. 하루 중 10분이라도 침묵 가운데 앉아 “성령님, 제 마음을 새롭게 하소서”라고 고백하는 시간을 들여보세요.
3. 감정과 생각을 성령께 드리는 습관
영성은 겉으로 드러나는 경건보다, 내면의 정직함과 민감함에서 시작됩니다. 화가 나거나 낙심될 때, 또는 기쁨이 넘칠 때에도 그 감정을 성령님께 드리는 훈련을 해보세요. “성령님, 지금 제가 너무 지쳤습니다. 도와주세요.” “기쁨이 넘칩니다. 이 기쁨을 통해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게 해주세요.” 이런 간단한 고백이 성령님과의 깊은 교제로 이어집니다.
4. 영적 동역자와의 나눔
영성은 공동체 안에서 자라납니다. 목회자는 외롭기 쉽습니다. 그렇기에 반드시 함께 기도하며 서로 점검해 줄 수 있는 동역자가 필요합니다. 때로는 자신의 연약함도 털어놓고, 서로 중보할 수 있는 관계는 성령님의 사역을 더욱 풍성하게 만듭니다.
5. 정기적인 영적 점검
한 달에 한 번 정도, 자신의 사역과 삶을 조용히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합니다. 성령님 앞에 “제가 지금 잘 가고 있습니까?”, “어디서 멈추고 무엇을 내려놓아야 할까요?”라고 묻는 시간이 목회자의 중심을 지키는 중요한 훈련이 됩니다.
이러한 실제적인 훈련을 통해 목회자는 단지 바쁜 사역자가 아니라, 성령님과 깊이 동행하는 참된 목자가 되어갑니다. 그리고 그 삶은 반드시 성도들에게 전염되어, 공동체 전체의 영성이 살아나는 역사가 일어나게 됩니다.
보혜사 성령님은 목회자에게 가장 신실한 동반자이자 교사의 역할을 하십니다. 리더십은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께 인도받아 섬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영성은 특별한 은사가 아니라, 매일의 순종과 교제를 통해 빚어지는 삶의 방향입니다. 지금 이 순간, 보혜사 성령님께 다시 한번 마음을 열고 고백해 보세요. “성령님, 저를 새롭게 하시고, 이 사역의 길을 함께 걸어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