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사역자들은 급변하는 사회와 문화 속에서 사역의 방향성과 존재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교회 내외부에서 쏟아지는 기대, 영적 리더로서의 역할, 공동체 관리, 개인의 영적 성장 등 수많은 요소 속에서 사역자는 때때로 자신을 잃거나 내면의 고갈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질문은 바로 “나는 나의 연약함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입니다. 본 글에서는 사역자가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함으로써 오히려 더 깊은 내면의 성장과 성숙에 이르는 방법을 신학적, 실천적, 인격적 측면에서 다뤄보겠습니다.
1. 연약함의 고백은 사역의 새로운 출발점
사역자에게 있어 ‘연약함’은 흔히 피하고 싶은 개념입니다. 자신이 영적 리더라는 위치에 있는 만큼, 약한 모습을 보이면 신뢰를 잃을까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위대한 사역자들이 연약함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간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줍니다. 바울 사도는 고린도후서에서 “내가 약할 그 때에 강함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가시와 연약함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습니다.
연약함을 고백하는 것은 사역자로서 실패하거나 부끄러워져야 할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진실함을 회복하는 첫걸음입니다. “나는 지금 힘들다”, “나는 완전하지 않다”, “나는 하나님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고백은 단순한 나약함의 표출이 아니라, 겸손함에서 비롯된 용기입니다.
이러한 고백은 사역자의 내면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스스로를 강하게 포장하는 대신, 하나님의 은혜에 의지하는 자리로 돌아가게 됩니다. 고백을 통해 하나님 앞에 진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며, 이는 곧 자아 성찰과 회개, 재헌신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사역 공동체 내에서 연약함을 나누는 것은 공동체를 인간적인 신뢰와 동행의 기반 위에 세우는 초석이 됩니다.
2. 연약함과 함께 걸어가는 사역
사역자의 연약함은 제거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동행해야 할 동반자입니다. 연약함은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진리를 날마다 상기시켜 줍니다. 사역자는 초인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약함을 인정할수록 사역자는 더욱 온전한 리더로 자라납니다. 왜냐하면 그 리더십은 능력이 아니라 진정성과 겸손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많은 성도들은 ‘완벽한 목회자’보다 ‘진솔한 사역자’에게 마음을 엽니다. 사역자가 자신의 어려움과 고통을 나누는 순간, 성도들은 오히려 위로를 받고, “나도 저럴 수 있구나”라는 믿음을 가지게 됩니다. 이는 공동체 안에 공감과 신뢰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입니다.
또한 연약함은 사역자 자신의 인간됨을 회복하게 합니다. 사역이 직무나 의무가 아니라 하나님의 초청이며 동행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하며, 경쟁과 성과 중심의 사역 문화에서 벗어나 자신을 수용하고 타인을 품을 수 있는 내면의 공간을 열어줍니다. 사역 속에서 실패했을 때, 상처받았을 때, 지쳤을 때, 우리는 ‘이것마저도 하나님의 계획 안에 있다’는 믿음을 붙들어야 합니다. 그 믿음이 바로 연약함 속에서 자라나는 내면 성장의 열쇠입니다.
3. 연약함을 통한 내면 성장의 실제 전략
단순히 연약함을 인지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해 사역자의 인격과 사역 방향이 성숙해지기 위해선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합니다. 다음은 연약함을 통한 내면 성장을 돕는 네 가지 전략입니다.
1. 영적 루틴의 재정비
사역자들은 남을 위한 말씀과 기도에 집중하느라, 정작 자신을 위한 영적 루틴은 쉽게 소홀해지기 쉽습니다. 매일 말씀 묵상과 기도 시간을 확보하고, 정기적인 안식일을 통해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를 회복해야 합니다. 단순한 업무 차원의 큐티나 설교 준비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한 말씀 앞에 서는 연습이 중요합니다.
2. 감정 인식과 자기 돌봄
연약함은 종종 억눌린 감정으로부터 비롯됩니다. 화, 좌절, 두려움, 외로움 등의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인식하고 말로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주간 감정 일기를 작성하거나, 정서적 멘토 또는 상담자와의 대화를 통해 감정의 흐름을 점검하십시오. 감정을 건강하게 다루는 훈련은 내면의 회복으로 이어집니다.
3. 관계 안에서의 진실한 나눔
사역자는 종종 고립되기 쉽습니다. ‘말 못 할 고민’, ‘비밀스러운 고통’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한 명의 신뢰할 수 있는 동역자 또는 멘토와의 진솔한 나눔이 필요합니다. 목회자 모임, 선교사 커뮤니티, 리더십 소그룹 등을 통해 서로의 연약함을 공감하고 지지하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좋습니다.
4. 하나님의 시선으로 자아 재정의
연약함이 수치로 느껴질 때, 우리는 세상의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시선으로 자신을 다시 바라보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능력 있는 자보다 진실한 자를 통해 역사하십니다. 나의 자격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사역이 이루어진다는 진리를 자주 되새기십시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나는 이미 사랑받고 있으며, 그 사랑은 나의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지속됩니다.
결론: 연약함은 성장을 위한 은혜의 통로
연약함은 더 이상 숨겨야 할 요소가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가 흘러가는 통로이며, 사역자 내면에 새로운 생명을 심는 도구입니다. 연약함을 정직하게 받아들이고, 하나님 앞에 고백하며, 공동체와 나눌 때, 우리는 더욱 온전한 영적 지도자로 자라납니다.
이제 연약함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것이야말로 하나님의 능력이 머무는 자리입니다. 사역자는 완벽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을 깊이 체험하고 나누는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오늘도 연약함과 함께 걸어가십시오. 그것이 곧 하나님과 동행하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