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5장은 기독교 교리의 핵심인 '칭의'의 결과와 그 의미를 풍성하게 설명하는 매우 중요한 장입니다. 이 장은 단순한 교리 설명을 넘어, 신자가 경험해야 할 삶의 실제를 다루며, 하나님과의 화평, 고난 속 소망, 그리고 아담과 예수 그리스도의 대표성을 통해 구원의 드라마를 풀어냅니다. 본문 전체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 은혜, 구원의 질서가 얼마나 정교하고도 놀라운지, 독자에게 깊은 영적 통찰과 감동을 줍니다. 본 글에서는 로마서 5장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신학적, 실천적 관점에서 해설하고자 하며, 오늘날 신앙생활에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1. 하나님과 화평은 칭의로 인한 관계 회복
로마서 5장 1절은 “그러므로 우리가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았으니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화평을 누리자”는 말씀으로 시작됩니다. 이 한 구절은 기독교 신앙의 놀라운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인간은 죄로 인해 하나님과 원수 된 관계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칭의’—즉,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고 선언되는 은혜를 받게 되며, 그 결과로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화평’은 단순히 감정적 안정이나 평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적 평화를 뜻합니다. 즉, 전쟁이 끝난 상태, 적대 관계가 끝나고 친밀한 관계가 시작되는 것을 말합니다.
‘칭의’는 신자의 삶의 기초이며, 모든 축복의 출발점입니다. 바울은 믿음으로 의롭게 된 자는 이미 하나님과의 화목한 상태에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 화평은 인간의 노력이나 공로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또한 로마서 5장 2절은 “또한 그로 말미암아 우리가 믿음으로 서 있는 이 은혜에 들어감을 얻었으며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고 즐거워하느니라”라고 말씀합니다. 이는 신자의 현재와 미래를 모두 아우르는 선언입니다. 지금 우리는 은혜 가운데 서 있으며, 앞으로 누릴 영광도 확실히 약속되어 있습니다. 이 같은 영적 상태는 신앙생활의 근본적인 안정감을 주며, 어떤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의 기반이 됩니다.
오늘날 우리는 사회적 불안, 관계의 갈등, 개인적 죄책감 등으로 인해 마음의 평화를 잃기 쉽습니다. 그러나 로마서 5장은 신자가 경험하는 진정한 화평은 세상이 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명확히 합니다. 이것은 한 번의 감정적 경험이 아니라, 매일의 삶 속에서 누리는 지속적인 상태입니다. 그러므로 신자는 이 화평 안에 거하며, 세상의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평안을 누릴 수 있습니다.
환난 중의 소망: 신자의 인내와 연단
로마서 5장 3절부터 5절까지는 신자가 고난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설명합니다. 바울은 “다만 이뿐 아니라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고 말합니다. 이 구절은 기독교 고난관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일반적으로 환난은 피하고 싶은 고통이지만, 신자에게는 오히려 하나님이 사용하시는 도구로 해석됩니다.
먼저, 환난은 인내를 낳습니다. 여기서 인내는 단순히 참고 버티는 것이 아니라, 믿음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견디는 태도를 말합니다. 신자는 고난 중에도 하나님을 신뢰하며, 그분의 뜻을 바라보며 살아갑니다. 이 인내는 다시 연단을 낳습니다. 연단이란 금속을 불에 달구어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고난을 통해 신자는 정결하게 되고, 더 단단해지며, 믿음의 순도가 높아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단은 소망을 낳습니다. 이는 미래에 대한 단순한 기대가 아니라, 하나님이 약속하신 구원의 완성을 확신하는 믿음의 소망입니다.
로마서 5장 5절은 “소망이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아니함은 우리에게 주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은 바 됨이니”라고 말합니다. 이 소망은 확실한 것이며,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소망은 단지 인간의 바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성령을 통해 부어진 하나님의 사랑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신자는 환난 속에서도 하나님이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신다는 증거를 마음속에서 경험하게 되며, 그로 인해 기뻐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많은 신자들은 고난을 당할 때 낙심하거나 하나님이 자신을 버리셨다고 느끼곤 합니다. 그러나 로마서 5장은 오히려 고난이 하나님의 사랑의 증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그냥 두지 않으시고, 고난을 통해 정금 같이 빚어가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고난 속에서도 소망을 품고, 하나님을 신뢰하며 인내해야 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세상이 줄 수 없는 깊은 영적 기쁨을 가져다줍니다.
아담과 그리스도: 죄와 생명의 대표성 비교
로마서 5장 12절부터는 바울이 신학적으로 매우 깊은 내용을 설명합니다. 바로 아담과 예수 그리스도의 대표성을 비교하는 부분입니다. 12절은 “그러므로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죄가 세상에 들어오고 죄로 말미암아 사망이 왔나니…”라고 말하며, 아담의 범죄로 인해 인류 전체가 죄의 영향 아래 있게 되었음을 말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담이 인류의 ‘대표’라는 것입니다. 그의 죄는 단지 개인의 죄가 아니라, 모든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는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바울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를 또 다른 ‘대표’로 제시합니다. 예수는 ‘둘째 아담’으로서, 아담이 망쳐 놓은 것을 회복하시는 분입니다. 15절부터 19절까지 바울은 아담과 그리스도의 비교를 반복하면서, 하나는 죄와 사망을 가져오고, 다른 하나는 은혜와 생명을 가져온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아담의 범죄는 정죄와 사망을 가져왔고, 그리스도의 순종은 의롭다 하심과 생명을 가져왔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도덕적 비교가 아니라, 하나님의 구속계획 안에서의 구조적인 비교입니다.
이 대표성은 현대 독자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지만, 성경 전체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우리는 아담 안에서 모두 죄인이 되었고, 예수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이 됩니다. 이것은 단지 죄의 용서를 넘어서 존재의 변화, 신분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더 이상 우리는 정죄받는 자가 아니라, 은혜로 통치 받는 자입니다. 바울은 17절에서 “한 사람의 범죄로 말미암아 사망이 그 한 사람을 통하여 왕 노릇 하였은즉… 더욱 은혜와 의의 선물을 넘치게 받은 자들은 생명 안에서 왕 노릇 하리로다”고 말하며, 신자가 얼마나 영광스러운 위치에 놓였는지를 선언합니다.
이러한 진리는 신자의 정체성을 완전히 새롭게 정의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아담의 후손으로서의 죄인에 머무르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생명의 통치를 받는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이는 신앙생활의 방향성과 동기를 바꾸게 하며,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순종 하나로 인해 우리는 의롭다 하심을 받았고, 이제 그 은혜 안에서 담대히 살아갈 수 있는 자격을 가진 것입니다.
로마서 5장은 하나님과의 화평, 고난 중의 소망, 그리고 대표성의 비교를 통해 하나님의 구원의 질서를 정교하게 설명합니다. 이 장을 깊이 묵상하면 할수록 하나님의 사랑과 지혜,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가 얼마나 풍성한지 깨닫게 됩니다. 이러한 말씀을 통해 우리는 단순한 종교인이 아니라, 은혜로 말미암아 삶이 완전히 뒤바뀐 존재로 살아가야 함을 배우게 됩니다.